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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불휘)’의 어원과 인간 존재의 근원 김석훈 | 우리말 뿌리연구가, 『우리말 범어사전』 편저자 | 역사계보 족보연구가, 『천제환국조선인류역사계보 』 두루마리 편■ ‘뿌리(불휘)’의 어원과 인간 존재의 근원 1. ‘뿌리/불휘’의 가장 오래된 뿌리 — vR̥ih, bR̥ih우리말 뿌리(불휘)는 범어 vR̥ih / bR̥ih(브리ㅎ)에서 비롯된다.이 단어는 크게 두 갈래 의미를 지닌다.찢다, 뽑다, 뿌리째 들어올리다크게 자라다, 두텁게 강해지다, 늘어나다, 번성하다즉, 뿌리는 단순히 ‘지하 조직’이 아니라생명을 붙들어 주고, 확장시키며, 존재를 키우는 바탕을 뜻하는 말이다.이 감각이 그대로 신증유합의 ‘불휘 근’(根), 훈몽자회의 ‘불휘 해’(뿌리)*에 이어졌다. 2. 용비어천가 제2장 — ‘뿌리가 깊어 흔들리지 않는다’의.. 더보기
한 끼니의 힘 — 강냉이에서 시작된 말이 우리 삶이 되기까지 ❖ 한 끼니의 힘 — 강냉이에서 시작된 말이 우리 삶이 되기까지어릴 적, 우리 집에는 작은 쌀독이 있었다.넉넉한 집이 아니라 항상 바닥이 보이곤 했지만,어머니는 그 속에서 동냥하는 걸인들이 오면 줄 쌀 한 줌을 따로 떼어 모아 두셨다.“이건 우리가 먹을 것과 따로야.누군가는 이 한 줌이 오늘 하루를 버티게 해주거든.” 어머니는 아버지께 별도로 상을 차려 주셨다.식사 때가 되어 집 앞에 걸인이 나타나면그 아버지는 마루 끝에 먹고 있던 상에 겸상을 하셨다.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 했던가?가족 모두가 한 숟가락씩 모으면 동냥하는 걸인의 밥이 많았다.자식들은 그 모습이 어찌나 낯설고도 따뜻해 보이던지그저 말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옛사람들이 이웃을 만나면가장 먼저 건네던 인사는 늘 이랬다. “조반(早飯) 자.. 더보기
머슴, 머시마, 머시매, 간네(야), 가시나, 마하, 마하트마, Many 김석훈 | 우리말 뿌리연구가, 『우리말 범어사전』 편저자 | 역사계보 족보연구가, 『천제환국조선인류역사계보 』 두루마리 편 우리말 속에 살아 있는 범어 — ‘마하(mahat)·심(shimi)·머슴·가시나’의 계보 정리우리가 오늘 아무렇지 않게 쓰는 ‘머슴, 머시마, 가시나, 가시내, 간네’ 같은 말은 단순한 방언어의 조합이 아니다.그 어원을 깊이 파고들면, 적어도 3,500년 이전,동방계(東方系) 인도유럽어군—특히 범어(Sanskrit) 및 드라비다계 언어와 교섭하던 시기의 흔적이 지금도 우리말 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볼 수 있다.한국어는 문자로 기록된 역사보다 훨씬 오래된 ‘살아있는 고어(古語) 계통’을 간직하고 있고, 그 말씨에는 장대한 문화 교류의 잔향이 배어 있다.범어는 .. 더보기
예우다 : 자식의 짝을 맺어 결혼시키다 김석훈 | 우리말 뿌리연구가, 『우리말 범어사전』 편저자 | 역사계보 족보연구가, 『천제환국조선인류역사계보 』 두루마리 편 https://youtu.be/Vy4Yn4lT6tA자연과 예술을 사랑하는 작가 선생님이 만든 동영상 ‘예우다’와 ‘예우나’ — 결혼을 묶고, 인연을 잇는 오래된 말의 깊이가을이 깊어지면 사람의 마음은 어느덧 결실을 떠올린다. 들녘의 곡식이 여물 듯, 인간의 인연도 어느 순간 결실의 때를 맞는다. 그래서인지 요즘 같은 계절에는 새신랑·새신부 소식이 유난히 자주 들린다. 이런 때면 자식을 둔 부모들은 한결같이 말하곤 한다. “우리 딸은 은제(언제) 예울까?”“예와야 쓸 것인디,.... 어쩔랑가 몰라.” 여기서 말하는 ‘예우다’는 우리가 현대 국어사전에서 흔히 보는 .. 더보기
배 - 배따라기 - Boat - 바래다주다 - 바구니 - 바지게 - 땟목을 타다 ■ 강을 건너는 말들의 계보 — ‘배따라기’에서 시작된 우리말 어원의 여정노를 젓는 뱃사공의 느린 호흡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이 언어를 어떻게 만들었는지가 문득 드러난다. 김동인의 소설 속 뱃사공은 단순히 강 건너 사람을 실어나르는 존재가 아니라, 삶의 경계를 건너게 하는 안내자였다. 그 ‘배따라기’라는 말 자체가 이미 그것을 증언한다.산스크리트 tarika / tarikin—“건너게 하는 자(배따라기), 나룻배꾼”—가 바로 그 뿌리다.■ 배는 곧 '다리'였다고대 인류에게 배(tari)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었다. tari는 “배”이면서 동시에 “길”, “통로”, “건너감”을 뜻했다. 우리가 오늘 ‘다리(橋)’라 부르는 구조물의 기능을 고대인은 배가 대신했다.그래서 한국어의 **“다리”, “배를 타다.. 더보기
인생길 그 누구나 나그네 김석훈 | 우리말 뿌리연구가, 『우리말 범어사전』 편저자 | 역사계보 족보연구가, 『천제환국조선인류역사계보 』 두루마리 편 ❄ 초겨울 찬 공기에 떠오르는 말, ‘나그네’초겨울 바람은 언제나 한 인간의 길을 생각하게 한다. 나뭇잎이 모두 떨어지고, 들판이 텅 비어가는 그 쓸쓸한 공기 속에서 우리는 문득 깨닫는다. 인생길은 결국 누구나 나그네라는 것을.그런데 우리가 너무 익숙하게 써 온 이 말 ‘나그네’는 단순히 길을 떠도는 사람을 뜻하는 정도가 아니다. 그 어원을 따라가 보면 더 놀라운 의미가 드러난다. 1. 나그네의 깊은 뿌리 — ‘발가벗은 채 깨어난 존재’古 문헌—동국정운, 新增類合, 다양한 인디어·타밀어·우르두어·산스크리트어 사전—은 공통적으로 ‘나그네’를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n.. 더보기
각하(閣下), 각간(角干), 까끄막(山) — 한 뿌리의 말 광양경제신문 모바일 사이트, 각하(閣下), 각간(角干), 까끄막(山) — 한 뿌리의 말 각하(閣下), 각간(角干), 까끄막(山) — 한 뿌리의 말요즘 신문 기사에서 “각하(閣下)”라는 말이 등장할 때면, 사람들은 으레 웃음을 지으며 “이제 그런 말은 안 씁니다”라며 분위기를 풀곤 한다. 하지만 ‘각하’라는 말 속에는 뜻밖에도 깊은m.genews.co.kr 김석훈 | 우리말 뿌리연구가, 『우리말 범어사전』 편저자요즘 신문 기사에서 “각하(閣下)”라는 말이 등장할 때면, 사람들은 으레 웃음을 지으며 “이제 그런 말은 안 씁니다”라며 분위기를 풀곤 한다.하지만 ‘각하’라는 말 속에는 뜻밖에도 깊은 역사와 언어의 뿌리가 숨어 있다.‘각하(閣下)’와 신라의 최고 벼슬 각간(角干), 그리고 전라도 사투리 까끄막(.. 더보기
단군과 석가모니 — 우리말의 뿌리를 찾아서 김석훈 | 우리말 뿌리연구가, 『우리말 범어사전』 편저자 126년 전, 1899년.영국의 인도학자 모니에르 윌리엄스 경(Sir Monier-Williams)이 펴낸《옥스포드 범어-영어 사전(Oxford Sanskrit-English Dictionary) 》속에는 놀라운 한 구절이 실려 있다. “단군(Dangun)은 석가모니의 조상 중 한 사람이다.” 서양 학자의 기록 속에 “단군”이 등장한다는 사실은 놀랍다.이는 한민족의 신화로만 여겨져 온 단군이, 이미 19세기 서구 인도학의 연구 체계 안에서도역사적 실존과 불교의 뿌리로 인식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석가모니는 고대 인도의 크샤트리아(Kṣatriya), 즉 ‘왕족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