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시래기에서 피자까지 — K-푸드 속에 숨은 언어의 역사

다일라 2025. 10. 18. 23:27

시래기에서 피자까지 — K-푸드 속에 숨은 언어의 역사

1️⃣ 시래기, 단순한 나물이 아니다

한국의 밥상에서 ‘시래기’는 흔하지만, 그 말의 뿌리는 결코 평범하지 않습니다.
김석훈의 《우리말 범어사전》에 따르면
‘시래기’의 어원은 범어(산스크리트어) śigru(시그루) 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 뜻은 “익혀서 먹는 푸성귀, 채소(potherb or vegetable)” 입니다.

즉, 오늘날 우리가 국이나 나물로 먹는 시래기
수천 년 전 인도 지역에서 “삶아 먹는 채소”로 불리던 말의
직계 후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이 한반도에 전해져
‘시그루 → 시리구 → 시래기’로 음운 변화하며
우리 밥상의 한 중심을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

 

󰁋 시래기  (김석훈 우리말 범어사전, 456~457쪽)

시래기는 한 번 데친 다음 담궈 풋냄새를 없애고 국을 끓인다.

실가리·씰가리(전라), 시락지(경상·충청), 시라리(평안)

shigru [시그루] : 1071,1

any potherb or vegetable (익혀서 먹는 채소 또는 야채)

shigruka [시그루까] : 1071,1

any potherb (익혀서 먹는 채소)

1899년 출판 모니에 윌리엄스 [범영사전], 1071쪽

 


2️⃣ 남도의 ‘씰가리(실가리)’, 고대의 숨결을 품다

전라남도 고흥 등 남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시래기를 ‘씰가리’**라고 부릅니다.
이 말은 범어의 원음 śigru와 매우 유사합니다.
자음 약화가 거의 없고, 음절 구조도 고대형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즉, 씰가리(실가리) → 시그루의 원형 보존형으로,
우리 남도 방언 속에 고대 인류 언어의 흔적이 살아 있는 셈입니다.

이처럼 남도의 사투리는 단순한 ‘방언’이 아니라
고대 언어의 언어박물관이자 인류 언어의 살아 있는 화석입니다.


3️⃣ 시래기 피자 — 언어와 문화가 하나로 구워지다

2025년 추석, **이재명 대통령 내외가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해
‘시래기와 누룽지로 만든 피자’를 선보인 것은
단순히 “K-푸드 세계화”의 홍보를 넘어
우리 언어의 세계화를 상징하는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한 조각의 피자 속에는

  • 수천 년 전 인도-한반도를 잇는 언어의 기억(śigru),
  • 농부의 손끝에서 이어진 전통의 맛(시래기),
  • 그리고 오늘날 한국의 창조적 재해석(K-푸드)이
    모두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즉, 시래기 피자는 “음식”이 아니라
“말의 역사와 문화의 연속성을 요리한 한 조각인 셈입니다.


4️⃣ K-푸드, K-랭귀지의 미래

오늘날 K-푸드는 음식의 세계화를 넘어
K-랭귀지(Korean Language), 즉
우리말의 역사와 정신을 함께 전하는 매개체가 되어야 합니다.

‘시래기’가 śigru에서 왔다는 사실은,
한류의 근원이 단지 대중문화가 아니라
언어와 정신, 그리고 인류 문명사의 깊은 흐름 속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재명 대통령 내외의 “시래기 피자 홍보”는
바로 이 메시지를 세계에 전하는 문화언어 외교의 상징이 될 수 있습니다.


5️⃣ 결론 — 한 조각의 피자 속의 천년 언어

시래기의 ‘시’는 수천 년을 건너온 말의 씨앗이고,
누룽지의 ‘눌’은 땅과 불, 조상의 정성이 응축된 글자입니다.

이 둘이 만나 피자가 되었을 때,
우리는 단지 맛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언어·역사·정신의 문화유산을 세계에 나누는 것입니다.


🔹요약: 시래기 피자의 언어문화적 의미

항목                                                               내용 
어원 범어 śigru (익혀 먹는 채소)
방언 씰가리(전남), 시락지(경상·충청), 시라리(평안)
문화의미 고대 언어유산이 남도 방언에 보존됨
현대적 의미 시래기 피자 = 언어·음식·문화 융합의 상징
세계적 가치 음식으로 배우는 한국어·한국문화의 깊이

“시래기 피자의 향기 속에는
한민족의 언어 뿌리와 인류 문명의 기억이 함께 구워져 있다.”